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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0. Operation Standby

  【생체 신호 감지. 타깃과 66% 일치. 오차범위 ±34%】

  "찾았습니다…!"

  화면 가득 떠 있는 붉은 글자에 탐지실이 소란스러워진다. 11개월 만에 나타난 흔적이었다. 제발 부탁드린다며 고개 숙인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백 번의 수색 과정. 마침내 생긴 전달 사항에 바쁘게 몸을 일으키면, 이미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남자가 서 있다. 어디, 어디입니까. 헐떡거리며 좌표를 묻는 얼굴은 여전히 간절해서 그를 바라보는 모두가 입술을 깨문다. 무수히 포기한 기댓값이 그에겐 곧 삶이었구나 하고.

  세계선 C2301.

  잊히지 않는, 아니 잊을 수 없는 구역. 습관처럼 목덜미에 손을 올린 그가 서류를 고쳐 잡는다. 다친 데는 없을까. 지난 시간 동안 어디에 갇혀 있던 것일까. 어떻게 살아남았나. 나를 원망하진 않을까. 오랜 불면과 함께한 물음들이 머릿속에서 튀어 오르기 시작한다. 요원님.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정성찬 요원님! 제 이름 석 자가 불리고서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가실 겁니까? 해당 세계선의 안정도는 현재 30% 미만입니다."

  "가장 빨리 출발할 수 있는 날이 언제입니까."

  "요원님."

  "어차피, 멸절 필요성도 파악해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갑니다."

  "……돌아오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성찬은 그제야 직원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눈에 익은 사람이다. 그 애와 동기랬지, 아마. 지겨웠을 제 부탁을 꾸준히 이행한 것엔 그 이유도 있을 듯했다. 서류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은 성찬이 가만히 직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원래 그랬어야 했습니다.

  뒷말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생존 의욕이 없다며 출동이 보류되는 일은 없어야 하므로.

  성찬은 긴장한 얼굴로 본부를 나섰다. 그가 소속된 W.L.A는 통칭 세계선 관리청으로, 갓 발아한 서사부터 이미 멸망 직전인 공간까지 관찰하며 서사 간의 간섭과 변칙을 제거하는 기관이다. 선형성에 어긋나는 서사가 감지되면, 현장 요원이 출동하여 때로는 한 세계선 전체를 멸절시킨다. 혹여나 오염된 서사 조각이 다른 곳에 흘러 들어가 말썽을 일으켰다간, 세계선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의 1년 만인가. 격납고 구석에 처박힌 전용 트래버스를 보며 성찬이 짧게 심호흡을 했다. 요원이 사라져 봉쇄된 세계선은, 빠져나온 경험이 있는 자만이 갈 수 있기에 겨우 떨어진 허락이었다.

  한동안 안 탔다고 그새 어색하네. 삐걱대며 조종실 안을 만지작거리는 제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부산스럽게 굴 때면 잔소리처럼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고요했다. 성찬은 비워진 옆자리를 눈에 담았다. 항상 제 옆은 그의 자리였는데.

  【신원 감지. 탐사 프로토콜 패스워드를 입력해주십시오.】

  처음 정했을 때 너무 쉽다며 걱정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새롭게 결성된 페어에 신나서 제멋대로 만든 패스워드였다. 생일끼리 더한 걸 알자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지 몰래 기뻐한 눈동자를, 성찬은 선명히 기억했다.

  번호 입력 화면이 뜨자 힘주어 네 자리의 숫자를 꾹꾹 눌렀다. 화면이 바뀌고 출발 모드로 바뀌는 소음이 들린다. 이젠 정말로 잃어버린 제 별을 되찾아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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